2021년을 맞으며 멘붕의 연속 그리고 깨달음.

2021년 1월 2일이 되는 날,

서른이 된 지 이틀이 지난날,

학생비자 신청을 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 만료일이 2 주남은 날,

시티에 있는 독방으로 이사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

모든 것들을 내가 결정했고, 나의 결정들이 지금 상황엔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친다는 생각에

한국을 가고 싶어서 돈을 날리더라도 비자를 취소시키고 비행기표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다.

이럴 때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내 상태를 바라봐주는 언니에게 고민상담을 요청했고 오랜만에 언니와 1시간 동안

통화를 하며 주저리주저리 나의 생각을 얘기해주었고, 언니의 피드백을 받은 후 붕 떠있던 나의 마음이 쉬이 진정됐다.

내 얘기를 다 들은 언니의 대답은 '되게 많은 말을 두서없이 떠들고 있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

한국을 들어오고는 싶은데 한국에 간 후의 삶이 나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주변인에게 책임을 분산시키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고민상담을 하는 게 아니냐는데 나도 모르던 내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ㅋㅋㅋㅋㅋ

여기 있는게 나을걸 알면서도 한국에 너무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나 보다.

한국의 코로나 상황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면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격려와 위로, 그리고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길지 않을 거라는 언니의 말⊙_⊙

그에 비해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면 커리어는 끊기지 않고 돈도 안정적이게 계속 벌 수 있고

무엇보다 호주를 더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연장된다는 것이다.

지금 돌아가서 얻는건 안정감뿐이지만

적어도 6개월만 더 있다가 확실한 무언가가 생긴다면 고민 상담도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것,

확실한 무언가라는 건 '1년 이상의 경력이 될 만한 커리어' '종이로 남겨진 경력' '많이 모인 돈' 같은 것들인데,,

난 다 없잖아 !

다들 잘 살고 있고 먹여 살려야 할 누군가도 없으니 나만 생각하면 되고,

비자 연장비 몇백만 원 아낀다고 내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돈을 스트레스받으면서 당장 모을 필요 있냐는 말도, 

당장 돌아가서 뭘 해야 될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 70살까지는 산다 치면 1년은 점이라는데 모두 맞는 말ㅋㅋㅋㅋ

또래 여자애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지금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기회이니 인생 멀리 보고 돈을 하나도 모으지 않아도 좋으니

직장을 호주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구로만 생각하고 호주를 많이 느끼고 내 직업에 도움이 될만한걸 많이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많이 기록해놓길 추천했다. 많이라는 말을 되게 많이 했다. 

모두 나의 이력이 될 거라고.

듣고 보니 막연히 한국 가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숨겨졌던 내 진짜 바람이었지만 생각이 너무 많고 정리가 안되어서

못 알아채다가 꽁꽁 묶어놨던 게 꺼내진 기분이라 고마웠다. 

혼자 정리 못하고 타인이 정리해주었지만 그래도 정리되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서른 되면 다 알아서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 )

정리한 결론!!!!!

1. 직장은 호주 생활을 유지하는 도구로만 생각할 것 (경력은 덤으로)

2. 호주에서 버는 돈은 자기 투자용으로 생각하기 (진짜 돈은 한국 와서 모으기)

3. 머무는 동안 글로벌 마인드 키우기 (음식, 문화, 다국적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배우기)

4. 한 달에 한번 시드니 스파샵 경험하기(예약시스템, 상담방법, 마사지 기술, 숍 인테리어 기록)

5. 남는 시간에 호주에서 딸 수 있는 국제 라이선스 따기.

6. 힘들 때는 딱 한 달만 더 호주 여행한다 생각하기

7. 한국 돌아갈 때 호주 경험( 스파, 글로벌 마인드) + 경력 + 라이선스 3가지는 챙겨가기

8. 호주에 더 이상 미련 없어질 때 한국에서 호주 경험 바탕으로 새로 시작하기

2020년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돌아보면 내가 원하던 것은 모두 이루었다.

호주에 와서 경력이 될만한 경험을 쌓자라는 게 목표였는데

그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친구들도 사귀고 여러 곳을 여행하고 돈도 모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후회 없이 열심히 산 기분이다. 

온전히 홀로 해외에 나와서 1년을 잘 살아낸 나에게 엄청 칭찬해주고 싶다.

아주 외롭고 힘들 때도 있었고 좋아서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때도 있었고

큰 성취감과 큰 좌절도 맛보았고 29년 동안 알고 있던 나는 무엇인가 싶을 만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올해의 인생그래프를 그린다면 굴곡이 아주 심할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올해도 다들 그렇겠지. 망할 놈의 코로나새키ㅠ^ㅠ)

그래도 잘했다 내자신아!🐥

항상 감사한 마음 긍정정인 생각 잃지 않고, 길 잃지 말고 중심 잘 잡힌 나로 더 성장하길 바라며.